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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사람 생각

마을공동체는 불황의 완충지역이다.

by 사람의숲 2008. 10. 29.
이은진(경남정보사회연구소 이사장, 경남대교수)

지난 토요일 10월 25일 마산 내서 읍사무소에서 푸른내서주민회 창립 10주년 기념식과 심포지움에서 송순호 전 사무국장(현 마산시 의원, 민주노동당)의 발제에 대한 토론을 하기 위해 참석하고, 끝나고 나서 감자탕 집에서 같이 어울리다 밤 9시경에 자릴 떠서 254번 버스타고 집에 돌아왔다. 
 
발제, 토론, 그리고 청중으로 참석하신 분들이 모두 마을 공동체 운동에 관심이 많은신 분들이라 발표에 대해 객관적으로 그리고 편안하게 나의 의견을 말하였다.  대부분의 시민사회단체들의 고민이 여기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조직의 문제이다.  즉 (1) 다른 단체와의 연계, 그리고 회원이 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는 다른 단체와의 연락, 협조, 통보, 협의, 합의, 연대 등 어떤 표현을 쓰든 중요한 것은 스스로 자신의 단체가 제대로 자신의 사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다른 단체와의 관계는 매우 어려운 문제이므로, 너무 기대하지도 말고, 상호간에 이익이 될 때 발생할 것 이라는 점, 그리고 지나치게 관계에만 노력을 들이는 것 보다는 자신의 사업에 정성을 쏟는 것이 더 조직의 자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

회원문제는 창립시의 회원에서 더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을 이해하고, 회원을 늘이는 노력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이 문제에 너무 깊이 매달리지 말고, 회원들이 다른 욕구를 갖고 다른 조직을 만들려고 하면, 서로 도와주면서 만들 수 있도록 incubator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좋다.  또는 공동으로 사무실을 운영하는 방식도 있고, 자신이 가진 조직 노하우를 통해 도와주는 것을 처음부터 공표하는 것이 좋다는 점이다.  그래야 회원들이 편하게 자신의 욕구를 표출하면서 이를 응집시키고, 사회적인 이슈로 만들고, 조직을 통해 해결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경험을 많은 이들이 하게 만드는 것이, 지역 전체가 조직의 망으로 뒤덮여 있어서, 조직의 밀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조직은 소수가 지역 지배하는 과두적 체제가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회적인 관계의 망으로 들어 서는 체제를 말한다.

(2) 어제는 시간이 10분 이내에 마쳐야 해서 말하지 않았지만, 나의 노트에 말하려고 쓰여져 있었던 점은 대중 조직은 전문가와 일반인이 결합하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 주민들이 정책적인 대안을 모른다고 해서, 또는 관에서 예산이나 행정적인 절차를 내세우면 일반주민들의 여론을 무시하려고 할때, 이를 이겨내고 넘어서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여론을 수렴하여 이를 정책적인 대안으로 바꿀 수 있는 조정자와 전문가의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이는 반드시 기존의 지식인이 담당하는 것 보다는 주민들 중에 경험과 열정을 가진 사람이 담당하면 좋을 것 같다.

(3) 마지막으로 불황의 시기에 문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려고 했다.  이제 시장이 붕괴되어 물가는 오르고, 시장의 경기는 하강국면으로 들어서고, 기존에 일자리를 갖고 있던 사람들도 일꺼리가 줄어들고, 새로인 일자리를 구하려는 사람들은 어려움을 겪고, 개인들은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이고, 모두들 움추리는 작전을 세울 것이다. 그렇다고 대한민국의 정부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정책을 만들어낼 것 같지는 않다.  지금까지의 정부의 행태로 보면 그반대로 갈 가능성이 높다. 

이럴때 우리는 지역의 공동체에 기댈 수 밖에 없다.  가족이나 친척, 친구들의 세계가 상당히 훼손된 작금에는 지역의 공동체에서 교육, 육아, 공동구매 등을 통해 생활의 어려움을 이겨내면서도 우리들의 미래를 가꾸어 나갈 수 있다.  또 이번 기회에 우리의 생활방식에 대해 뒤돌아 보고, 반성과 대안을 마련하는 일을 할 기회인 것 같다.

1997년 이후 우리는 이런 반성과 대안 마련에 게을렀고, 이제 다시 그 부담의 묷이 바깥 사람들의 비웃음과 같이 돌아 오고 있다.  이미 국제 통화기금에서는 한국이 1997년 외환위기때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지만, 아시아에서 국제통화기금의 구제금융을 지원받는 나라가 생긴다면 한국이 그 첫번째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을 받게 되었다.  스스로 자신의 삶을 꾸려가지 않으면 또다시 이런 일이 10년을 주리고 발생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연구소가 만들어진 이유가 바로 이런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었습니다.  연구소가 이제 사회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하나의 모델이 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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