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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사람 생각

[진단 한미 FTA]미국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

by 사람의숲 2008. 6. 2.
한국에서 광우병 우려가 있는 미국산 쇠고기가 유통될 위험에 처하여 한국 국민들은 거의 매일, 밤낮으로, 전국에 걸쳐서, 모든 계층이 시위에 나서고 있다. 한국 정부는 각종 여론매체의 필터링을 통해서, 국민들이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에 대한 정확한 정보의 흐름을 차단하고, 미국산 수입 쇠고기는 안전하다는 정부의 일방적인 정보로 국민들을 일방적으로 세뇌하려 하고 있는 듯하다. 또한, 반대 시위자들에 대해서는 법과 질서를 앞세워 전투경찰과 물대포로 무력화하려고 하고 있다.


국가가 국민에 대해서 일방적인 복종을 강요하는 압제적인 성격을 지녔다고 한다면 극히 당연한 국가의 행위이다. 또한, 민주적으로 구성된 정부라고 하더라도, 국가가 언론을 통제할 능력을 지녔고, 국민의 집회를 막을 수 있는 충분한 경찰력을 지니고 있다면 이 또한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을 보면 국민들은 방송과 인터넷의 이용량이 기존 언론 매체를 대체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정부의 통제가 쉽지 않은 곳에서, 정부보다도 더 정확한 과학적 정보, 해외 정보를 이용하여 정보를 입수하고, 또 소통하고, 평가와 판단하고, 더 나아가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고 여론을 형성하고, 최근에는 집회와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한계 직면한 정부 공권력

정부의 공권력도 거의 한계에 다다른 듯 보인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평가할까? 미국은 의회, 정부, 축산업자 단체, 유통업자까지 포함하여 유기적으로 대처하여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다. 아마 매우 만족해할 것이다. 미국 국내외에서 소비되지 않던 부분, 그래서 처리비용이 발생했던 것이 이제는 한국에 대해 수출이 가능해지고, 이익까지 나오게 되었으니, 정말 뛸 듯이 기뻐했을 것이다. 이런 소식은 미국 축산업자와 미국 행정부의 평가에 그대로 묻어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현재 한국 내에서 한국민과 한국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우려를 둘러싼 적대적인 대치를 즐기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우선 미국은 미국산 쇠고기가 애초의 예상대로 판매되는가에 촉각을 세울 것이고, 한국민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가 반미운동으로 바뀔 것에 대해서 가장 예민하게 대응할 것이다.

한국 내의 상황에서도 반미라는 이슈는 매우 민감하고 다루기 어려운 문제이다. 명백한 것은 미국은 현재에도 마찬가지이지만, 앞으로도 한국민들의 내부적인 분열을 즐길 것이고, 어느 정도의 국민들의 대정부 비판은 미국의 이익이 훼손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감내할 것이다.

벌써 미국 내의 한인 쇠고기 무역상들은 한국민들이 광우병 위험물질이라고 꺼리는 내장과 뼈를 포함한 쇠고기 수출을 애타게 기다려 왔다고 한다. 또한, 국내에서 만일 쇠고기가 유통되기 시작한다면, 바로 음식점부터 유통될 것이라고 한다. 일반 이렇게 되면 한국 내에서는 미국과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민 간의 다툼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것도 애꿎은 서민들끼리의 다툼이다. 아마도 미국은 이런 상황을 거치면 한국 내 쇠고기 문제는 미국과 한국의 무역문제가 아닌, 한국민들끼리의 치열한 다툼으로 나아가는 것을 예측하고 있는 듯하다.
국회도 국민 이익도 무시한 협상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일단 6월 초까지 의회에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제출하지 않으면, 금년에는 다루지 않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 미국 의회는 콜롬비아와의 자유 무역협정에 대해서 90일 내에 처리해야 하는 조항을 무효화함으로써, 사실상 거부하였다.

설사 부시 행정부가 임기 말에 의회에 한미자유무역협정을 제출한다고 하더라도, 의회는 콜롬비아의 사례처럼, 90일 내 찬반으로만 처리하는 조항을 무력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기존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대해 의회가 요구하는 자동차 수입, 쌀 시장의 개방, 환경과 노동관련 조항의 강화를 요구할 것이다.

미국정부는 미국민 각계의 이익에 기반하여, 행정부, 의회, 이익단체의 유기적 협조로 협상을 하고 있다. 한국은 국회도 모른 채, 국민들의 이익은 무시되고, 오로지 대한민국 국가가 미국 경제에 통합되어야 전체적인 한국의 발전이 가능하다는 논리로서 국민의 지지도 없고, 전문가의 도움도 없이, 대통령의 시간 설정 기한에 맞추어 미국의 입장을 들어주는 형세를 취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뒤로 빠지고, 한국의 생산자, 소비자, 노동자, 유통업자들을 내세워, 그리고 대변하여 협상에 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은진(경남대 교수·사회학)


경남도민일보-곧은소리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255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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