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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말하다

사람은 끼리끼리 모인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8. 3.
지난 7월 22일(수)에는 중국 사회학회에 참석한 선배들과 중국 섬서성 서안에 위치한 화청지에서 장개석이 1936년 12월에 장작량에 의해 국공합작을 강요당한 장소에 다녀왔다.  그리고 7월 25(토)에는 서안 시내 성내에 위치한 팔로군 사령부 유적지에서 에드가 스노우의 부인이었고, 후에 이혼한 헬렌 스노우의 기념실을 방문하였다. 

아마도 1937년경에 이곳에서 헬렌 스노우 (필명은 에드가 스노우가 웨일즈 출신이므로 님 웨일즈로 지었다고 한다)가 한국인 공산주의자이자 독립운동가인 장지락(1905년생- 아마도 1938년경에 암살당한 것으로 추정, 아리랑이라는 책에서는 김산으로 나온다)을 만나 그의 자서전을 기록하였을 것이다. 
헬렌 스노우는 1907년생이므로, 장지락보다는 2살 연하이고, 당시의 나이로 치면, 장지락이 32세, 헬렌 스노우는 30세의 나이였다.  아리랑의 서문을 쓰신 이영희 선생님은 두분이 아마도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을 것이라고 추정하신다.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짧은 만남, 아마도 길게 잡아도 4개월, 20여차레 이내의 만남에서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님 웨일즈가 나중에 회고하건데, 자신의 책 중에서 가장 훌륭한 자서전을 발간하게 된다. 이 자서전은 발간 당시인 1941년에 미국의 정가에서 중국 공산당의 활동과 조선을 이해하는 매우 중요한 정보로서 읽혀졌다고 한다.


아리랑
카테고리 역사/문화
지은이 님 웨일즈 (동녘,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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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인 서술의 흐름은 그렇게 영웅적이지는 않으나, 조선이라는 지정학적으로 여린 곳에서 자신의 조국과 인류의 보편적인 이념을 위해 몸과 마음을 희생하고, 공산당의 이념에서 조차도, 중국 국민당의 추격과 국민당이 일본에 잡아서 넘겨주는 상황, 중국의 공산당 조차도 자신을 트로츠키 주의자로 모는가 하면 기회가 있으면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태도에 세상사에 환멸을 느꼈을 것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희생적 중국여인을 북경에 두고, 다시 상해에서 진보적인 멋진 여성을 만난다.  그리고 헬렌을 서안에서 만나게 된다.  헬렌은 기념실에 전시한 사진을 보면 매우 멋쟁이로서 중국에 미국 영사관의 직원으로 오고, 기자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온다.  이어서 북경에서 에드가 스노우를 만나 결혼한다. 장지락 역시 책에 나온 사진을 보면, 키도 크고, 헬렌의 표현에 따르면 서구인으로 보일 정도로 멋진 사나이다. 

책을 읽어보아도, 그의 식견은 중국의 공산당이 국공합작을 선언한 1935년 1월 이후, 조선측의 진영에서도 항일 전선을 만들 것을 추진하고, 이를 위한 강령을 제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시의 강령들은 봉건적이고 조선 왕조의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 민주, 민생, 그리고 사회주의 이념으로 채워져 있다.  우리나라의 근대국가와 사회의 이념이 고스란히 들어 있음을 알 수있다.  중국 내에서도, 그는 소비에트의 실험에 참여하고, 중국내의 공산당 학교에서 자연과학은 물론 어학을  가르치는 역할을 담당한다.


님웨일즈와 김산, 1941/1984, [아리랑: 조선인 혁명가 김산의 불꽃 같은 삶] (동녘)을 읽고 고결한 삶의 곁에는 고결한 사람들이 몰려든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항상 자신과 같은 사람만 세상에 살고있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때로는 내가 배울 수 있는 사람, 내가 하고 싶으면서도 하지 못한 일을 거침없이 해 내간 인물들을 보면 새삼 나의 위치를 깨닫게 된다. 
세상의 일에 대해서는 항상 패배하였지만, 자신과의 싸움에서는 승리하였다는 장지락(김산)의 말이 여운이 남는다.  우리의 인생은 실은 패배의 연속이지만, 자신과의 싸움에서조차 패배한다면 그의 인생은 실패하였다고 볼수 있다. 
세상에서는 출세하고, 부귀를 누렸을 지라도, 자신과의 싸움에서 (자신의 양심과의 싸움에서) 실패하였다면, 이는 실패한 인생이다. 

요즈음 거짓이 판을 치고 있다.  세상을 속일 수 있지라도, 자신의 양심을 속이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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