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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말하다

이기영의 두만강을 읽다/이은진

by 사람의숲 2006. 2. 25.
사람마다 좋아하는 책이 다르다.  나는 주로 역사물을 선호한다.  즉 현실에서 있었던 일이나, 있었던 일에 기반하여 서술한 책득을 좋아한다.  특히 내가 어떤 연구 주제를 잡으면, 단순히 연구논문만을 섭력하는 것이 아니라, 집에 가서는 연구하는 주제와 관련된 소설이나, 시, 아무튼 그 당시에 비슷한 장소에서 쓰여진 글들을 읽으려고 노력한다.
이번에 1903년-1905년 사이 건설이 진행된 삼랑진에서 마산사이의 철도 건설에 관하여 연구하면서 여러 책들을 읽었다.  물론 총독부, 일본 외무성, 육군성, 주한 미국 영사관 자료도 보지만, 당시의 외국 기자가 쓴 글, 소설들도 읽어 보았다.

그 중 하나가 이기영, [두만강]이다.  아직 다 읽지는 못하고 읽는 중이다.  이기영은 1895년에 충남 아산에서 태어나서, 천안, 부산, 대구, 공주, 논산, 일본 동경 등지에서 거주하였고, 1946년에는 월북한 작가이다.  월북한 후에는 1948년에 [땅]이라는 소설을 출판했다.  북한의 농지 개혁과정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에 대한 자료가 적은데(서울대 인류학교 교수 이문웅의 박사논문, 북한 정권이 당시에 농지개혁에 대해 발표한 공식 자료들), 바로 소설로서 이를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다음에 꼭 한 번 익고 싶은 작품이다.

두만강 1:제1부 - 10점
이기영/풀빛

두만강은 아마도 충청도 바닷가 어디를 배경으로 1902년경부터 일이 시작되는 대하 소설의 형식을 띄고 있다.  아무튼 이런 소설을 통해 일제가 우리나라에 침탈하는 경로, 한국의 양반들, 아전들, 농민들이 각각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고 변신하고 있는지를 알수 있다.  이 사이에 발생하는 신분계급의 갈등, 이러한 갈등이 결국 일제에 자연스럽게 편입되는 구조가 한 농촌의 읍내와 마을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다.  현재 나는 이 책의 1권만을 읽고 있으나, 동네 유지들이 학교를 세우고, 이를 일제가 강제해 나가는 과정, 양반들이 토지를 실절적이고 법률적으로 점유해나가는 과정, 이는 다른 말로 하면 농민들의 개간지를 양반들이 점유하고, 농민들이 소작농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말한다.  철도의 건설, 우편국, 일본 음식점과상인의 등장, 세무서, 헌병파견대, 순검과 같은 근대적 국가 관료기구들이 어떻게 마을에 침투하게 되는지 알 수 있다.  또한 마을에 등장하는 잠사공장, 뽕나무 밭의 개간, 근대적인 공장과 기숙사가 어떻게 세워지는지에 대한 생생한 기록도 등장한다.  마산 한일합섬의 기숙사는 이미 1906년경에 우리나라에 일제의 공장 체제에서 등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버릇을 다시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에서(베트남 1994-96년) 얼마나 오명을 남기었는지를 생각하면 역사의 뿌리란 매우 깊은 것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의 특징은 흐름을 비관적으로 이끌지 않고 항상 중심적인 인물의 건강성을 내세워서 책을 읽을 때 생기는 비감보다는 낙관적인 생각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물론 비관적인 시각을 갖는 작품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을 후에 생기는 우울함이 비교적 적다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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