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사인을 하는 최헌섭 이사

지난 금요일 창원대 본관에서 도서관방향으로 창원대의 명물인 야간에도 조명을 받는 인공 폭포에서, 최헌섭, [자여도: 세월을 거슬러 길을 걷다]의 출판 기념회가 열렸다. 

지난 2월 7일 같이 김해 적항역에서 웅천의 보평역까지 걸으면서 최헌섭의 역사를 걸으면서 듣을 기회가 있었다.  물론 인연으로 치면, 공동체운동을 하는 경남정보사회연구소의 이사로서, 그리고 마을에서 옛길 걷기모임을 주도하시는 뉴스를 전해 듣곤하는 처지라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연구소 식구들이 부치게, 두부, 묵, 김치, 떡, 그리고 차와 막걸리를 준비해 놓았다.  입구쪽에서는 최헌섭이 책을 저자 서명을 하면서 손님들을 맞이하고, 정애라 선생님이 도와주시고, 박태성 박사가 사회를(팔룡동), 최정규 선생님과 그의 제자가 대금과 가야금을 준비하고 있었다. 


약간 쌀쌀한 날씨지만, 저자의 부인, 어머님, 장인 장모님도 예쁘게 차려입으시고, 행사를 빛나게 해주셨다.  나중에 보니, 정애라의 부군도 같이 오셔서 같이 살지 않아도 이제 그런 동네사람같이 되어버린 사람들의 잔치가 된 것 같다.


제목에 나타난 "세월을 거슬러"라는 표현은 물리적 시간으로는 거스르고 있을지몰라도, 저자의 글에서도 나오지만, 대부분 우리가 사용하는 길의 상당부분은 옛길을 조금 넓히거나, 약간 변형한 것에 불과할 뿐이다. 

마산의 근주역(회원동)에서 진동으로 가는 길은 지금의 길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함안 파수역에서 진동의 진해현으로 가는 길도 역시 지금도 거의 그대로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이길은 고갯길의 정자나무도 그대로 남아 있어 경남대 ngo대학원에서 인연을 맺은 김주석씨가 지금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그곳 정자나무 밑에서 고기를 구워먹으며, 하루를 즐긴 일도 있다.  또한 이 길은 한국전쟁기에는 미군의 최후방어선으로서 1950년7월말부터 9월 중순까지 인민군과 미군 한국군 사이에 막대한 희생자가 발생하여, 지금 여항산에서 희생자 유골발굴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근주역에서 창원의 신풍역으로 가는 길은 저자도 암시를 주었듯이, 실은 일본육군이 1905년에 마산선(삼마선)을 건설할 때, 거의 옛길과 평행으로 철길을 내었다.


▲ 인사하는 저자 최헌섭(경남정보사회연구소 이사) 2010.4.16.창원대학교



그러나 따지고 보면, 길은 옛길이로되, 사람이 달라지고, 쓰임새가 달라졌을 것이다.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 없네.  옛길은 대개 5-7미터 길이었던 것으로 발굴되고 있다.  일단 큰 말이 다닐 수 있어야 하고, 그러나 전에 시집 장가가는 사람들이 타고 다니던 가마가 교차하기에는 어려운 길이었다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보아서는 대규모 수레가 다닐 수 있는 길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길은, 관공서의 수발업무, 관리들의 행차는 물론이고, 방금 지적한 것 처럼, 시집장가 가는 사람들의 신행길, 17-18세기에 들어서면 545개 역의 수의 거의 2배에 달하는(1천기 이상으로 전함) 정기시장을 오가는 보부상들이 오가는 길이었을 것이다(이효석의 메밀꽃 필무렵). 
오가는 도중에 원이 있어 오가는 사람들을 위한 마굿간, 주점, 식당과 숙박시설이 있었다.  길의 쓸쓸함과 활기참이 느껴진다. 조선조 선인들의 삶은 바로 길가에서 고독과 만남과, 정보소통을 통한 바깥세상의 움직임을 알아내고, 모이고 흩어지고를 반복하던 활달한 곳이었다.



후에 식사자리에서 최헌섭은 시장에 대해 말하면서, 시장에서 중매가 이루어졌다는 것과 대개 시장권을 중심으로 한 정도에서 사람들이 움직였다는 점을 지적한다. 

아마도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은 대개 역간 30리길, 시장간 20리길 정도의 거리였을 것이다.  시장이란 마을 사람들이 하루에 가서, 시장보고, 집에 와야하는 거리였으므로, 6-8킬로를 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정도의 범위에서 움직이고, 그러나 통혼권은 마을 간이므로, 이 보다도 작은 거리였을 지도 모른다. 최헌섭의 아버님은 동읍사람이고, 어머님은 창녕군 영산사람이므로, 당시에 동읍과 영산은 교류가, 거리가 먼 상태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우리가 사는 시대의 길은 사람들이 만나고, 흩어지고, 교류하는 면에서는 전통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다.  연구소의 동행 모임이 바로 그런 것이다.  연구소 이사장님이 한번 같이 동행하자고 제안하신다.  좋습니다.  옛길에서.

Posted by 비회원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