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 작은 도서관이 왜 필요한가에 대해 별로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기를 1994년으로 돌려보면, 필자가 당시 창원시장에게 작은 도서관이 필요하다고 제안하자, 당시의 시장은 창원시민을 우롱하지말라. 
"창원시민은 수준이 높아서 큰 백화점을 찾지 작은 시장을 찾지 않는 것 처럼 큰 도서관이 필요한 것은 인정하지만, 작은 도서관이 필요하다는 논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응답한다.

몇 년 전에는 문화관광부가 전국에 5천명에서 1만명에 하나 정도의 도서관이 필요하다는 정책 목표를 제시한 일이 있다.  요즘 작은 도서관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 이유를 무엇으로 설명하는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실은 작은 도서관은 2가지의 서로 배척되는 논리가 다 성립할 수 있기때문이다. 
즉 작은 도서관은 전통 시장이 백화점과 더불어 필요하다는 논리에 근거한다.  즉 기본적인 욕구는 백화점에서 충족시키고, 마을 시장에서는 긴급히 구할 것, 부수적으로 필요한 것을 구한다는 논리이다.  같은 맥락에서 마을 도서관은 기본적으로는 시립 도서관을 이용하고 부수적으로 필요한 것, 아니면 다른 도시들의 경우 큰 도서관의 지부역할을 담당하면서, 대차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을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작다는 점을 감안하여 사회적 기능을 강조하는 경우도 있다.  대면접촉을 통한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마을 내에 사회적 자본이 축적 되어, 상호 견제와 감시, 이를 통해 마을 공동체의 감정이 생기고 공익적인 사회행동이 나타날 것으로 가정하기도 한다.  이를 경우에는 큰 도서관에서 수행하지 못하는 마을 도서관만의 기능을 수행하는 셈이다.

최근에는 마을 도서관을 컴퓨터 정보 서비스의 한 기지로 설명하기도 한다.
실제로 대내외적으로 도서관의 기능변화 중의 하나가 아이들의 교육기능강화와 더불어, 전자매체의 공익적 접근이 가능한 지점이다.
이는 큰 도서관과 작은 도서관이 같은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동시에 마을 도서관의 접근 용이성이 좋으므로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한다.  아이들의 교육기능은 마을 도서관만이 수행할 수있는 기능으로 설명한다.
취학적 아동들에 대한 구연동화서비스, 아이들의 놀이기능,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과제 참조(reference)기능은 고유기능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에 더 욕심을 부리자면, 마을도서관은 마을의 역사문화 박물관 구실을 하는 것이다.
즉 마을의 가장 나이 많으신 어른의 사진을 붙여놓거나, 마을의 역사 민속 자료의 수집, 마을 역사를 증언해 주는 사람들을 만나고, 이를 기록으로 남기는 프로젝트의 수행, 등등 아마도 많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여기에 더하면, 마을에 산재해 있는 각종 사회단체들이나, 공공기관들의 매개중심체, 또는 큐레이터 기능을 담당할 수도 있다.  단순하게는 마을 조직들의 사무실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마을 조직들은 상시적인 사무직원을 둘 수가 없으므로, 마을 도서관을 조직의 주소로 두고, 심지어는 전화번호도 사용할 수 있다.  마을 도서관에는 이들의 편지함을 마련해 놓고, 연락비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것이 나의 꿈일까?  1994년에 일어난 일을 지금 생각해보면 거의 불가능한 일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다.  오늘 나의 이야기는 10년 이내에 이전의 작은 마을 도서관을 주장할 때보다는 더욱 쉽게 현실화될 수 있을 것 같다.

-- 이은진, 경남정보사회연구소 초대 소장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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