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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말하다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9. 2.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지은이 슈테판 볼만 (웅진지식하우스,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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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여자들
어제 내서읍 강의를 준비하면서 읽은 책중 슈테판 볼만, 2006, 책 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웅진지식하우스)를 읽고 혼란이 생겼다.
일단 이 책은 경남정보사회연구소가 지향해 온 책 읽은 것에 대한 공동체적인 효용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에 나오는 모든 그림들은 모두 한결같이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여성들의 모습이 아니라, 집에서 혼자 고독하게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고, 이것을 위험하다고 표현하고 있다.
애초에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원저자의 의도와는 달리 책을 잘 팔리게 하려고, 제목을 섹시하게 지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원제목을 보니 역시 번역한 제목과 똑같다. 그러면 저자도 역시 이런 제목을 원하고 이 책을 썼구나 하고 생각하여 정확한 표현이구나 하고 다시 생각을 고쳐 먹고 책을 읽어 나갔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여성이 책을 읽는 것은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이유를 붙여서 용인하지 않았는데, 일차적으로는 여성이 가정일이나 충실하지 무엇때문에 책을 읽느냐의 문제였고, 현실에 충실하고 현실의 질서를 남성이 하라는 데로 하면 되는데, 왜 책이라는 것에 빠져서 말을 듣지 않으려고 하는가였다.

여기에 하나의 역설이 나온다(266쪽, 이것은 저자가 아닌 추천자가 한 말이다). "여자는 책 읽는 남자를 사랑하나, 남자는 책 읽는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말을 한 사람이 여성이라서 그런지 모르지만, 그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은 든다. 남편이 여성을 위해 책을 사준다면 어떤 책을 사줄까를 상상하면 쉽게 생각이 든다. 남편들은 부인의 생일 선물로 책을 사준다면, 고상한 사랑 아니면 가족간의 우애, 아니면 요리책 같은 것을 사줄 가능성이 높다. 남편이 요구하는 부인은 그런 것이기에 그렇다.

위험한 이유는 가족을 내팽개치고, 남성을 내팽개치고, 남성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할 지도 모르고, 현실의 만족보다는 책 속에서 만족을 찾고, 아니 책을 통해 더 높은 수준의 만족을 추구하는 것이 못마땅했다. 그래서 서구 역사에서 마녀로 호칭되고 화형에 처해진 사람들은 책과 같이 장작더미 위에서 마녀로서 화형을 당했다고 한다.


나는 애초에 경남정보사회연구소를 통해서 마을 공동체 운동, 그리고 하나의 방법으로 도서관을 생각했다. 그러한 도서관의 개념을 서구에서도 전자매체에 활자매체가 뒤진 상황을 타개하려고 나온 생각이었다. 연구소가 작은 도서관운동을 시작한 시점(1994년) 역시 그러한 전자매체가 판을 치고, 활자매체는 사라질 것이라고 미래학자들이 앞다투어 주창하고, 거리에는 도서 대여점들이 만화나 인기있는 대중 소설을 빌려주던 시기였다.

그래서 연구소도 역시 마을 공동체 운동 방법으로 도서관을 구상하게 되었다.

당시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문헌정보학이나 원래 도서관을 전문으로 구상하던 분들하고 충돌이 많았다. 심하게는 도서관을 통해서 특정이념을 전파하거나, 아니면 세력을 키우려는 의도가 있다는 공격이었다. 그런 주장에 대해 응답하기는 어려웠다. 왜냐하면, 도서관 역사에서는 항상 사회통제의 의도가 있었기에 그렇다.

그리고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 자체는 체제전복적 요소도 있고 체제 순응적 요소도 있기에 한쪽으로 답을 주기는 어려웠다. 책을 읽는 것은 좋게 말하면 개인 개성의 발전과 자신감을 불러 일으키고, 상대방 입장에서는 기성 권위에 도전한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그래서 지금 2009년의 이명박 정권은 우매한 민중을 원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생각만이 옳으므로 따르라고 큰 소리 친다. 자신의 통치가 불법이라고 사법부가 판단하더라도 마찬가지며, 민중의 현명함은 통치에 불안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에도 마을도서관은 분명 이질적 개인들의 사회관계 형성, 마을도서관 운영을 통해 형성되는 집단, 보다 체계적 운영을 통해 만들어진 사회적 신뢰, 도서관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회에 대한 제도적 신뢰, 책을 통해 얻어지는 개인들의 보편적 세계에 공유되어 있는 감정의 형성 등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어제 강의에서 이런 점을 제대로 지적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런 사회로 지향하기 위해서 마을도서관이 현재의 마산에 가장 유용한 도구임을 알리려 했다.

이 책에는 도서관에 대해 한 구절이 나온다(40쪽). "도서관은 혼자 있지만, 동시에 사람들과 섞일 수 있는 훌륭한 장소다. 저마다 자신과 관련한 어떤 것에 몰두하고 있는, 같은 생각을 품은 사람들의 공동체 속에서"라고 지적하고 있다. 아마도 전통적인 도서관 그리고 그 속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이 공유한 하나의 공동체 감정일 것이라 짐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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