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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2012활동

의령장을 다녀와서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1. 12.


의령장을 다녀와서



장**(구석구석 장터취재단)




7월 말 무더운 여름 한낮의 태양 빛에 알베르 카뮈의 마르소는 과연 어떤 심정으로 세상을 향해 그리도 뜨거운 울분을 토해냈던 것일까?

  열대성 저기압의 영향으로 연일 30도를 오르내리는 오후, 우리는 연신 더운 열기에 흘러내리는 땀을 훔치며 의령장을 찾았다. 의령장 취재를 위한 사전조사에서 의령군의 재래시장 소개 페이지에 다음의 문구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장바닥을 가득 메운 상품들을 비집고 시장 통으로 들어서면 부딪히는 어깨너머로 구수하게 밀려드는 깨 볶는 냄새가 옛 정취를 돋군다.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말과 손뼉으로 손님을 불러대는 옷가게 주인, 소금에 절여진 갈치와 고등어가 재래시장 맛을 더해주는 어물전, 옹기종기 비좁은 장터에 앉아 정성으로 키운 채소를 파는 시골 할머니, 과일 전, 채소전, 잡화전이 어울려 있는 재래시장, 손님과 상인의 흥정은 오히려 정답다.

시끌벅적한 시장 통 분위기에 젖어 긴 나무의자 위에 앉아 맛보는 쫄깃한 국수 한 그릇은 어느새 훌러덩 사라져 버린다. 시골의 정취가 풍성한 의령시장은 1930년도에 형성된 유서 깊은 재래시장으로 의령군 의령읍내에 있으며, 153개의 점포와 넓은 주차장도 겸비하고 있어 마음 놓고 시장을 구경할 수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시골장의 풍경을 잘 설명하고 있는 문구들에서 왜 서글픈 마음이 먼저 드는 것일까? 왜 이곳에는 정다움이, 옛 정취가 묻어나지 않는 것일까? 다소 엉뚱하다 쉽겠다. 하지만, 쉬이 전통장을 바라보는 무거운 마음을 걷을 길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과거 2008년부터 문광부가 ‘문전성시 프로젝트’ 즉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활성화 시범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그 중, 충북 옥천 향수오일장 보물찾기란 프로그램은 정지용 시인의 대표작 향수의 이미지를 전통시장에 담아 옥천을 알리는 오일장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이 사업의 의미는 침체된 전통시장에 문화를 접목해 지역 문화공간으로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고 이를 통한 문화적 자원 발굴과 발굴된 문화적 자원을 토대로 전통시장 상인들의 자발적 문화 공동체 형성을 추구해 전통시장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통시장 활성화의 방향성은 표류하고 있으며, 오히려 많은 전통시장들이 사라져가는 상황에 놓여 있다. 지금껏 장터취재를 통해 느낀 현실은 시골 고향마을의 붕괴로 인해 사라져 가는 장터의 모습이다. 대다수의 장터 상인들은 군소 도시 및 읍 단위에 들어서는 대형마트 및 일본자본의 슈퍼마켓 등에 의해 지금의 옛 장들은 설자리를 잃었다고 하소연한다. 과연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할까? 무엇을 통해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할까? 각 지역마다 관이, 장터 상인들이 어떠한 역할을 해야할까하고 고민하고 있지만, 정작 그 대안의 마련이 쉽지는 않은 게 현실이다. 전통시장 활성화란 화두에 대한 해답에 앞서, 과거 유년의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는 우리들의 고향 마을을 되살리는 게 먼저이지 않을까? 정지용 시인의 “고향”이란 시에서 고향을 잃고 헤메이던 그의 모습이 작금의 우리의 모습은 아닌지?




고향(정지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꽁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메 끝에 홀로 오르니/ 흰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 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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