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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2012활동

창녕장을 다녀와서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1. 12.

창녕장을 다녀와서  


장**(구석구석장터취재단) 



    


 고향이라 그런가, 아침 장터 취재길이 사뭇 가슴벅차오름은. 7월 말이라 아침볕은 따가웠지만, 간간히 뒤돌아 가는 시골 풍경에 어릴 적 할배 손을 잡고 찾곤 했던 옛 장터의 기억이 가물 그린다. 어물전 가판에서 생선을 다듬는 아지매의 모습, 생닭을 잡던 닭 장수, 어디에서 오셨을까, 주름 한가득 안은 야채 노점의 할매, “뻥이요” 외치는 뻥튀기 장수의 기계 소리에 놀란 것도 잠시 고소한 옥수수 튀기가 한가득 소쿠리에 담기면 옆으로 삐져나온 튀기를 한주먹 쥐고 몰래 먹던 어린 시절의 기억에 이번 시골 오일장 취재의 기대감을 부풀게 한다.




창녕장은 읍장이라 그런지 많은 인파에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역시 장이란 사람 내음이 물씬 나는 곳이라는 생각에 지금까지 다녀온 다른 오일장과는 사뭇 달라보였다. 장터에 봇짐을 풀고 이제 막 장사를 시작하는 장사치도, 전통을 고수해온 국밥집 할매도 다들 얼굴이 환해 보여 작금의 현실을 이 순간  만큼은 잊은 듯 보인다. 창녕 시외버스터미널 뒤편에 마련된 장터골목에는 오래된 장터의 모습과 장터 현대화 과정의 산물인 신설된 아케이드가 공존하고 있는 풍경이, 바로 지금 현재의 시간 속에 있음을 새삼 실감케 한다. 어물전, 쌀전, 장터 국밥골목 등, 아케이드를 중심으로 여러 갈래 골목골목 마다 장사진을 치고 저마다 사연도, 품목도 다른 보따리를 풀고 있는 할매들의 모습에서 그들이 살아온 세월의 흔적을 느끼며 연민보단 삶의 희망을 품는 것은 나 뿐만은 아니리라.




“ 할매 오늘 많이 팔았소.” “그만 그렇지. 어디서 왔노?” 작은 채소 좌판을 연 할매의 대답에는 애정이 서려 있지만, 전대엔 고작 천원짜리 몇 개 뿐, 심심해서 놀이 삼아 나오셨단다. 한쪽에선 오랜만에 보는 뻥튀기 장수가 옥수수를 튀기고 있지만, 예전 그의 아비는 보이지 않고 그 아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세월이 가면 사람도 가고 들고 하지만, 왠지 그 아들의 얼굴빛은 그리 좋아 보이진 않는다. 그 도 그럴 것이 예전만 못한 장터 벌이로 계속되는 불황의 터널을 지나가야하니 말이다. 많은 이들이 오가는 제법 큰 장인 창녕장은 이렇게 시간의 뒤안길로 멀어져가지 않을지, 수많은 전통 오일장들이 그러했듯이 그 전철을 따라 가지나 않을지 걱정이 되는 것이 다만 기우이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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