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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2012활동

우리, 삼천포장에 가자!!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12. 28.

우리, 삼천포장에 가자!!


차혜정(구석구석 장터취재원)


삶이 데굴데굴 잘도 굴러갈 때

슬쩍 빠져

우리, 삼천포장에 가자!

둥그런 소쿠리에

멋진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으리

꼬들꼬들 잘 마른 생선들이

청자 빛 만다라가 되는 순간을 볼 수 있으리

푸른 바다를 뭍으로 올려

일상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평범하지만 아주 특별한 삶을 만나게 되리



삶이 높다란 턱에 걸려 주춤거릴 때

슬쩍 빠져

우리, 삼천포장에 가자!

어쩌면

수천마리의 물고기 떼를 만날 수 있으리

온순한 상어 몇 마리 만날 수도 있으리

끝없이 밀려드는 물고기 떼와

고함소리, 욕찌거리 오가는 그 속에 서면

주춤거린 인생이 뜨끔해질 수 있으리

목숨을 다한 것들에게

다시 생명을 불어넣는 거친 희망을 만나게 되리




어느 날 문득,

가족도, 친구도, 이웃도 모두 부질없다 여겨질 때

슬쩍 빠져

우리, 삼천포장에 가자!

동그랗게 둘러앉아 늦은 끼니를 해결하는

정든 어깨들을 볼 수 있으리

마주 앉은 이에게 쭉 찢은 김치 조각 먼저 올려주는

주름진 손길을 볼 수도 있으리

삶이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다가가는 것임을 가르쳐주는

또 다른 삶을 마주치게 되리

쓸쓸한 어깨 내밀면

살며시 다독여주는 뜨거운 정을 만나게 되리



특별할 것 없이 흘러가는 시간이 지루하다 여겨질 때

슬쩍 빠져

우리, 삼천포장에 가자!

꽃 속에 꽃으로 피어있는 가오리를 만날 수 있으리

바람과 함께 날아다니는 갈치를 볼 수 있으리

내가 꽃이 되기도 하고

내가 바람이 되기도 하며

내가 바다가 되기도 하는

환상적인 순간이 있으리

날개달린 물고기가 되어 사람사이를 날아다니는

짜릿한 꿈을 만나게 되리



눈물도 메마르고

웃음도 메말라버린 삶이 시시해질 때

슬쩍 빠져

우리, 삼천포장에 가자!

잘 구운 전어 한 접시 후딱 먹어치우다

목에 걸린 가시 때문에 울어볼 수 있으리

전어가시 빼내거든 시장 옆 노산공원에 올라

흔들흔들 흔들리는 현대식 그네를 타며

아이처럼 깔깔깔 웃어보고

광복동 비둘기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어 볼 수도 있으리

이불 쓰고 남몰래 울던 날들

굴러가는 낙엽 보며 웃던 그 시절을 다시 만나게 되리

그리운 추억을 만나게 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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