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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2012활동

가을날 부모님과 함께 가고 싶은 곳, 함양장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12. 24.


가을날 부모님과 함께 가고 싶은 곳, 함양장

차혜정(구석구석장터취재원)


다른 때보다 늦은 시간, 점심나절에 함양장을 찾아갔다. 겨울이 코앞으로 다가오는지 살 속으로 파고드는 냉기가 자꾸 어깨를 움츠리게 하였다. 쌀쌀한 날씨처럼 시장도 쌀쌀하지 않을까 내심 걱정을 하며 달려간 곳, 함양장. 가끔 함양 상림 숲을 오가며 시장이 있구나 하며 지나치던 곳을 오늘은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함양장에 도착하니 점심시간을 훌쩍 넘겼기에 허기진 배를 달래줄 식당을 먼저 찾아 나섰다. 피순대가 유명하다는 곳을 소개 받고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 늦은 점심시간임에도 손님이 많았다. 피순대와 국밥을 주문하니 피순대가 먼저 나왔는데 딱 봐도 지금까지 먹어오던 순대와 많이 달랐다. 피순대는 약간 퍽퍽한데 몸에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익숙하지 않는 맛이라 많이 먹을 수는 없었다. 



뒤이어 나온 국밥은 무척 뜨거웠는데 너무 뜨거워서 맛을 알 수가 없을 정도였지만 식어갈수록 그 구수하고 진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이곳의 국밥은 뜨거움으로 시원함을 먼저 느끼게 한 뒤 구수함을 나중에 맛 볼 수 있게 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자꾸 찾아오게 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함양장의 국밥은 전날 진하게 술 한 잔 하신 분들의 속풀이로는 최고일 것 같았다. 따끈하고 든든하게 배를 채우니 몸에 스며들던 냉기는 잠시 달아났다.



함양장은 서부경남지역의 읍장으로 상설시장이면서 2자 7자가 들어간 날에 5일장이 서는데 정돈이 잘되어있고 규모도 상당히 컸다. 함양은 덕유산과 지리산의 사이에 있어 예로부터 산에서 나는 한약재가 풍성한 곳으로 시장을 둘러보다 보니 직접 채취해서 말린 산나물과 한약재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어느 한약재상 앞을 지나치다 남편이 2~3년 전에 마셔보고 참 맛있고 좋다고 몇 번이나 이야기하던 마가목으로 담근 술이 있어 마가목이 맞는지 여쭤보니 맞다고 하신다. 궁금한 약재가 많아 이것저것 물어보자 주인아저씨가 “뭘 하나 사고 물어봐야 고마워서 대답도 잘해주지.” 하신다. 하긴 사지도 않으면서 꼬치꼬치 물어보면 얼마나 성가실까 싶기도 하고, 밉지 않게 하나 사 달라 말씀하시는 아저씨 말이 맞기도 하여 넣고 물을 끓여 마시면 살이 빠진다는 빼빼목(신선목) 한 봉지를 샀다. 그러자 아저씨 직접 채취하신 말벌집을 보여주시기 하고 산삼을 캤던 일 등을 쭉 풀어 놓으신다. 가게 안의 여러 가지 한약재도 직접 채취하신 것들이 많다고 했다. 함양시장의 각종 한약재는 지리산과 덕유산에서 채취한 것으로 전국의 한약상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자랑도 덧붙이신다.




함양장은 특히 봄과 가을에 찾아가면 좋을 듯하다. 봄철에는 지리산과 덕유산 인근에서 채취한 갖가지 신선한 나물들을 볼 수 있고, 추석이 가까워질 때면 자연산 송이를 구경할 수도 있다고 한다. 또한 가을에는 오미자, 오가피, 토종밤 등 토종 약재와 농산물이 풍성하여 장터를 구경하고 장을 보는 맛이 한층 더 좋다고 한다.



내년 가을엔 부모님 손을 잡고 함양장에 들러 좋은 한약재도 구입하고 함양장 가까이 있는 상림의 단풍 길을 함께 걸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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