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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2005-2009 활동

위기의 주부들이 내서에 모이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9. 1.
오늘 오전 10시 30분 - 12시 30분에 내서읍 사무소 3층 강당에서 마을 도서관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였다.

연구소에서 강의를 위한 교재를 준비하면서 지난 번 양산에서 사용했던 것을 그대로 쓰겠냐고 해서, 조금 기다리라고 하다가 결국은 약간의 최근 소식만을 삽입하고 그만 연구소에 보내 버렸다.  생각해보니, 내서에 계신분들은 이미 지난번 내서주민회가 주최한 마을 운동에 대한 토론, 송순호 의원이 주최하신 작은 도서관 조례를 위한 발제, 그리고 이번이 3번째다.  물론 각각의 내용이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같은 교재를 조금씩 바꾸어서 내용을 준비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고, 나도 그렇게 할 자신이 없다.  그래서 이번에는 독서, 그중에서도 소리내어, 아니면 같이 독서하는 것이 갖는 공동체 형성과 사회적 연대성에 촛점을 맞추기 위해 책을 빌리고, 자료를 준비하였다.

2009.9.1. 내서지역 도서관학교 1강좌 / 이은진



 [독서의 역사]에서는 소리내어 책읽는 것, 그리고 또 다른 [서양에서의 독서의 역사]에서는 주부, 어린이, 노동자가 독서 계층으로 등장하는 배경에 관한 것을 읽고 노트하였다.  그리고는 한국의 고전에서 읽은 책을 느낌, 소리내어 책읽기, 노트하기 등에 관한 한국인 선조들의 이야기를 쓴 책(정민, 2002, [책읽는 소리], 마음산책) , 서양의 그림에 나타난 여성들의 책읽기 ([책읽는 여자는 위험하다, 2006, 웅진지식하우스] )를 추가로 읽었다. 

읽지 못한 것은 허정도 씨가 쓴 [책읽는 남자](부인의 간병을 하면서 책을 읽어준 경험을 쓴 것), [코끼리...]라는 한 서양의 작가가 쓴 1930년대의 서점과 도서관에 관한 이야기를 추가로 읽으려고 준비했다.  내서읍의 강의에 주부들이 많이 참석하리라고 예상했고, 여성 주부들의 책읽기는 남성들이나, 전문가들의 책일기와 다를 것이라는 가정을 하였다. 

위기의 주부들, 30대 후반, 40대 초반의 주분들은 양육의 책임을 다하고, 교육비의 부담이 늘어나는 시기이자 동시에 자신의 정체감의 회의를 느끼는 시기이다.  한 심리학자는 43세때 가장 불만이 많은 나이라고 표현하였다.  그런주부 들이 오늘 오전 강의에 약 90여분이 참석하였다.  아마도 이미지, 하늘채, 내서 마을 도서관에서 참석을 독려하여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신 것 같다. 준비는 제대로 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마산 시청앞에서 내서읍사무소를 가기 위해서는 50, 51, 52번 버스, 그리고 251, 258(이 버스는 돌아가므로 251을 다른 버스를 먼저 타는 것이 유리하다)를 9시 20분경에 집을 나와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렸다. 한 10분정도 기다리자 251번 버스가 왔고, 앉아서 시내 구경을 하면서 청아병원 앞에서 내렸다. 

오는 도중에 6호 광장의 분수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 6호광장 뒤편의 목욕탕 굴뚝을 아마도 교회에서 개비한 모양인데 아마도 마산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아름답게 개비한 목욕탕 굴뚝인 것 같다는 생각, 한일합섬에서 철길쪽으로 꺽고 보니, 거리에 육교와 교량을 철거하지 말라는 항의성 프랑카드가 걸려 있고, 서마산 인터체인지 부근의 정류장 이름이 보문 주유소(내가 서울에서 20여년간 살던 곳이 보문동이다)라는 사실, 마재 고개정류장(마재 고개는 과거에 마산과 내서읍을 경계하던 고개이다), 한주 아파트를 지나자, 아파트 벽면에 철도 복선화를 반대한다는 프랑카드(이 아파트는 애초에 설립할 때부터 도로 용도에 아파트를 지어서 화제가 된 아파트이다), 삼계로 들어서면서 동신아파트 정류장(나는 서울의 동신초등학교 출신이다), 그리고 청아병원에서 내려서 읍사무소로 왔다. 

내서읍이다.  나는 마산시청 과거로 치면 외서면에서 온 셈이다.  외서에서 내서로 왔다. 과거에는 내서가 외서보다는 중심지였다는 말이 된다.  실제로 요즘 내서읍의 상황을 보면 마산의 중심지로 서는 모습이 뚜렷한다. 외서는 이약해지는데, 내서는 융성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강당에 가니 낯익은 얼굴들이 많다. 벌써 세번째이니 그럴수밖에 없을 것이다.
앞으로 또 하나의 아파트 도서관이 들어서고, 읍사무소 인근에 마을 문고에서 운영하는 도서관도 눈에 띤다. 함안에서도 강의 들으러 왔다.  강의 줄거리를 잡기는 잡아놓았는데,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다.  크게 우리 사회의 수준, 깊이, 인간의 깊이, 사회적 연대성, 장기적이고 복합적 네트워크에 기초한 사회에서 만들어 내는 신뢰와 포용 등을 말하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복잡성, 역사의 문화 깊이, 특히 기원전 500년경의 소크라테스, 공자, 이후의 예수와 석가 등의 사상가들이 등장한 배경과 그들의 생각, 이들의 생각을 아직도 활용하고 있는 현대의 인간들을 말했다. 

그리고는 문자, 기호와 상징이 의사소통에서 차지하는 의의, 인간 감정 표현의 진정성이 허용되는 사회적 조건, 마을 도서관은 바로 사회의 깊이를 만들어 내고, 사회적 연대를 형성시키고, 인간들의 신뢰, 감정표현 등이 숙성되는 기능을 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운영을 잘해야 한다.  그러나 아무튼 이러한 기능은 창원의 마을 도서관을 설립하면서 경남정보사회연구소가 지향했던 기본 철학이었다.


강의를 시작하니, 앉는 기회를 잃어버렸다. 벌써 1시간이 지나가고 말았기 때문이다.  30분정도가 남은 시점에서 끝내야 한다. 

강의는 나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도 배우고 가야 한다.  나의 강의에 대한 이해와 오해를 듣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질문을 받으려고 하니, 쑥스러운지 손을 들지 않는다.  출석부를 가져나 놓고, 호명하고 소감을 발표하게 하였다.  스스로 각오를 말씀하신다.  강의의 결론은 스스로 내린 셈이다.  강의의 결론은 강사가 내리는 것이 아니다.  아니 내릴수도 없다.  왜냐하면 강의는 수강자를 변화시키는 것인데, 변화대상이 변하지 않았다고 하면 변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 어느정도 변했는지를 고백하게 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아무튼 세분이 말씀을 하셨다.  생각보다 훨씬 말씀을 잘하신다.  이것이 우리나라 젊은 주부들의 모습이다.  내서는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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