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진 이사
경남대 사회학과
화요일에 어머님 기일이라 성묘하고, 제사지내고 밤차를 타고 내려왔다. 아침에 피곤하여 그냥 93.9의 클레식 음악을 들으며 책을 보고 있었다.
음악을 소개하는 사람이 하는 말이 바로 카지노 도박장에는 거울, 시계, 창문이 없다는 말을 한다. 나를 바라보지 못하고, 시간을 잃어버리고, 그리고 바깥 세계와 차단된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다.
나는 미국의 라스베가스, 그리고 태백의 도박장을 가본 일이 있다. 의식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것 같다. 우리들의 세상은 나를 바라보면서, 나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을 반성한다. 도박장에서는 자신을 반성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 자신이 도박에 몰두해 있는 모습을 스스로 보는 것만큼 끔찍한 것도 없을 것 같다.
도박은 한편으로는 시간의 싸움이면서 동시에 시간을 잃어버린 싸움이다. 태백에 갔을 때 나를 안내하던 강원대의 교수님이 말하기를 대개 백만원정도를 가져야 하루를 버틴다고 한다. 내가 라스베가스에 갔을때 처음에 20불정도가 터져, 그것으로 25센트짜리 동전을 계속 넣은 일이 있다. 결국 한 30분 만에 20불정도를 잃고 일어났다. 환상에 사로잡히면 아마도 시간도 잃고 계속해서 돈을 허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창문이 없다는 것은 결국, 해가 언제 뜨고 언제 지는지, 상징적으로는 바깥 세상과 격리된 세상을 가리키는 말이리라.
그런데 93.9에서 한곡을 듣고는 백화점에도 시계와 창문이 없다는 말을 덧붙인다. 마침 그 순간 나는 Bauman, Intimations of Postmodernity를 읽고 있었다. 후기 모더니티를 설명하면서, 상품을 구입하는 재미가 주된 목적인 상품으로 넘쳐나는 소핑몰, 그리고 평생 쇼핑 몰에만 갖혀있을 것 같은 존재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백화점도 상품의 소비를 위해 고객들에게 환상을 주는 곳으로 정의하고는 있었지만, 아마도 백화점에도 시계와 창문이 없다는 것은 상징적으로 바깥 세상과의 결별 속에 상품을 구매하게하는 마력적인 장소를 의미하는 것 같다.
덧붙임
우리 아이가 전하는 데 서울 명동의 롯데 백화점에 한면이 유리로 되어 있어서 백화점 업계에서 화제가되었답니다.
일반적으로 백화점에는 창문이 없는데 명동의 롯데에서 유리로 외부를 보이게 만들었다는 것이지요.
제가 생각컨데 이것은 명동의 거리는 이미 소비의 물결로 둘러쌓여 있어서 자신의 현실을 볼수 있게 하기 보다는 소비를 부추기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기에 그허게 하지 않았나 합니다.
만일 거리가 가난하고, 비참한 거리라면 유리로 만들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숲사람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단 한미 FTA]미국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 (0) | 2008.06.02 |
---|---|
계획도시 창원의 도시 만들기 (0) | 2008.05.14 |
역사이야기 (0) | 2007.10.11 |
이은진 - 책 이야기 (0) | 2007.10.11 |
교육방송에서 다큐멘터리를 저녁에 방송하고 있습니다 (0) | 2007.08.3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