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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말하다

도서관을 지키는 고양이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7. 28.
작성 : 이은진

지난 7월 15일 오후 4-6시, 마산 시청에서 송순호 의원이 마산시에도 작은 도서관 설치 및 지원 조례를 제정하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경남도민일보, 김범기기자

제가 주제 발표, 그리고 이종은 소장님, 그리고 저와 같이 초기에 공동 소장을 하셨던 양재한 창원전문대 문헌 정보학과 교수님이 토론에 참여하여, 연구소가 차지하는 비중을 실감하게 하였다. 

이날 발표를 준비하면서, 도민일보를 검색하다 보니, 경남도청 공보관실에 근무하시는 정국조 님이 4월 10일자에 [세계를 감동시킨 도서관 고양이 듀이]라는 책을 소개해 놓았다. 

소개 글로 보아서는 미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을 기록한 것으로 생각되었고, 고양이의 역할을 설명하면서 고양이 듀이가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연결해 주는 매개체가 되었고, 힘겨운 현실과의 싸움에서 지쳐 있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안겨 줌으로써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게 된다. ... 아이들의 친구가 되고, 외로운 노인과 장애인에게 웃음을 안겨 주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글을 읽는 순간, 우리 연구소가 도서관을 설계하면서 그토록 강조하던 것이 미국에서 고양이를 통해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고, 이책을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보게되었다.

한 시골 도서관의 사서가 책 반납함 속에 버려진 고양이를 개인적으로 기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물론 이 고양이는 공식적으로 도서관의 사서도 아니고, 급여를 받는 위치에 있지도 않다.  다만 한 사서가 개인적으로 불쌍한 고양이를 도서관에서 기르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잘 아다시피, 고양이는 사람보다 덜 영리하다.  그래서 단순하다.  그렇다고 인간 사이의 희로애락이나 권력관계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잘알고 이에 맞추어서 행동한다.  인간과 고양이의 차이는 고양이는 덜 교활하고, 자신의 감정을 더 잘 표현하고, 공동체 지향적인 성격을 지닌 것이다.  인간은 더 교활할 뿐이다.  적어도 표정에서 읽을 수 없는 마음을 더 많이 가진 것이 인간이다.

사진 : 경남도민일보

이 책의 254쪽에 보면, 이 고양이가 도서관에서 하는 일에 대해 목록을 작성해 놓았다.  그 중 몇개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듀이에게 관심을 쏟는 모든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주기, (2) 매일 오전 9시에 현관문 앞에 앉아 도서관에 들어오느는 사람들을 맞이하기, (3).. (4).. (5) 직원들과 방문객들에게 웃음을 통해 긴장 풀어주기, .. (6)... (7)... (8) 가장 값비싸고 맛깔 스러운 먹이를 제외하고는 먹지 않겠다고 버티며, 세계 최고로 입맛 까다로운 고양이로 등극하는데 힘쓰기.    1,2,5번은 이미 소개 글에서 나온 것을 다시 한번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사서 중에 이 고양이 만큼 하는 사서가 있을까 생각해 본다.  도서관에 들어서면 아무도 쳐다보지 않고, 들어오는 것에 대해 긴장감을 조성하는 사서들, 책에 대해 물어보면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사서들, 도서관에 들어섰다 나오면 긴 한숨을 쉬게 되는 상황을 나는 자주 경험한다.  8번은 흥미 롭다.  왜냐하면 듀이가 미국에서 유명해지자 각종 고양이 먹이회사에서 공짜로 평생 먹이를 제공할터이니, 광고에 나와 달라고 하나, 듀이는 이런 제안을 거절한다.  즉 먹이를 먹고는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표현을 함으로써 거절한다.  도서관에 사는 듀이는 표준화된 먹이를 거절하고, 자신의 독특한 입맛을 강조한다.  나는 도서관이 바로 이런 고양이를, 아니 사람들 만든다고 본다. 도서관에 오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다양한 세계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사서도 개인의 인생에서는 상처받은 사람이다.  그러나 도서관을 통해 새로이 태어난다.  329쪽에 이런 모습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내가 불을 켜면 도서관은 다시 살아 난다.  직원들이 도착하고 사람들이 들어서기 시작한다.  중년층은 책을 찾아, 사업가들은 잡지를 보러, 10대들은 컴퓨터를 하러, 어린이 들은 이야기를 들으러, 노인들은 친구를 찾아 모두 도서관으로 모인다.  도서관이 어렇게 살아나면, 나는 다시 한번 지구상의 최고의 직업을 가진 사람이 된다."  도서관은 책 저장고가 아니라, 마을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찾아와서 자신들이 필요한 것으로 충족시켜 주는 곳이 바로 도서관이었다.

비키 미이런과 브렛 위터, 2008/2009, (갤리온)

듀이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비키 마이런 (갤리온,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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