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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연구소10년(`94-`04)

마을 도서관을 생각한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4. 4. 24.

마을 도서관을 생각한다 /1999년 4월27일, 청원시 반송럭키아파트 관리사무소

이 은진 (경남대 사회학, 경남정보사회연구소 소장) 

 

i. 왜 마을 도서관이 필요한가? 

가. 열린 사회: 무엇이 열려야 하는가? 

행동이 열리고 마음이 열리기 위해서는 정보가 열려야 한다. 정보가 열리는 것은 내가 아닌 내가 가진 생각과 나의 경험과 다른 생각과 경험을 접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1997년 12월에 국가의 위기를 겪었다. 많은 이들이 책을 보았다. 왜 보았는가? 스스로를 뒤돌아 보며 왜 우리 나라가 어려운 지경에 이르게 되었지?하고 의문을 품었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는 정보가 누구에게나 열릴 수 잇는 가능성이 있는데 마음은 행동은 관료조직은 닫혀있다. 

정보기술은 발전하는데 우리는 그것을 따라잡기가 어렵다. 돈도 없고 시간도 없다. 그러면 그냥 앉아서 무식한 사람이 되란 말인가? 만일 마을 도서관에 컴퓨터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우리가 쉽게 거기에 들어가서 이용하고, 어려울 때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있다면, 꼭 우리가 집에 컴퓨터를 들여놓고, 쳐다만 보는 일은 없어지지 않겠는가? 


나. 주민자치 

우리의 도서관을 우리의 힘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우리의 힘을 느낀다. 

2000년에 "공공기관의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 즉 금년중에 지방자치단체는 시행 조례를 제정하게 되어 있다. 만일 이 법이 제대로 시행된다면 행정기관의 회의, 정책결정기준과 심사과정 등이 모두 기록되고 이것이 공개될 것이다. 만일 제대로만 지켜진다면 기록되고 보관되고 공개됨으로써 행정은 투명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주민들이 그것을 요구하지도 않고, 이용하지 도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다. 살아가는 주체가 개인이고, 가족이고, 그리고 개인과 가족끼리 뭉쳐서 다른 가족과 개인과 경쟁하면서 싸우면서 살아야 하는 세상이 될수록, 다 같이 협동하면 이익을 볼 수았는 분야가 있다. 그런 분야을 우리는 '공익'이라고 말한다(1999. 3. 9. 의창마을 도서관, 1지구 도서관문화대학 개강 인사말). 즉 교통, 환경, 교육, 의료, 주거, 노인문제, 실업, 장애인 등이 그런 분야이다. 

 

ii. 다른 지역의 사례들 


가. 마을도서관은 물론 주민 도서관의 역할을 수행한다. 즉 이용자들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일을 담당한다. 여기에는 인쇄매체뿐만아니라, 전자매체로 포함한다. 비디오도 빌려준다. 또한 도서관과 연관된 독서회나 동화읽기 모임, 글쓰기 모임, 신문교육 등도 들어 간다. 마을의 정보 교류장소가 되기 위해서는 마을 신문을 만들고, 마을 축제을 개최하고, 각종 사회교육도 행해진다. 이때 사회교육의 상당부분은 주민들 스스로 재능을 가지신 분들이 이웃을 위해서 봉사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 상도동 대림 3동 아파트에서는 아버지들이 아파트 지하실에 도서관을 만들어 저녘마다 당번을 정해 아이들에게 책을 대출해 준다. 


나. 서울의 강남구에서는 동사무소 건물은 주민복지센터로 전환하면서 마을 도서관을 세우고 있다. 도서대출, 인터넷 서비스, 사회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은마 종합상가 2층 135평, 삼성 2동 사무소 3층 80평 규모의 도서관 개관하고, 컴퓨터 5대를 비치하였다. 


다. 학교의 숙제를 마을 도서관에서 찾아서 한다. 

 

iii. 마을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 


가. 마을 도서관은 주민들이 가진 정보가 흐르고 교류하고 공유하는 공간이다. 따라서 공간의 디자인 자체가 주민들의 의사소통을 촉진시키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과거의 인간과 만나고, 현재의 인간과 만나는 장소, 또한 미래의 인간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이를 위해서 도서를 보관하고 전시하는 책장도 있지만, 남의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고, 회합도 가질 수 있고, 즉석에서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탐색할 수도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돈과 장소가 문제일까? 현재의 주어진 공간을 활용하면 된다. 그리고 공간을 따로 따로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공간에 도서관과 강의실, 회의실, 사이버 카페를 꾸미면 된다. 따로 따로 구분하면 유지비용이 많이 들고 관리도 어려워진다. 마을 도서관은 작은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교류의 공간이다. 오전에는 주부님들이 주로 사용하고, 오후에는 초등학생들, 저녁에는 청소년들이 주로 사용하는 곳이다. 가운데에 탁자와 의자와 휴식공간을 두고, 음료수도 마시며, 음악도 들으며, 창문을 살려서 햇빛이 충분히 들어오고 아이들도 책을 쉽게 볼 수 있도록 낮은 위치에 책을 꽂아놓고, 편안하게 마음을 열어놓고 사색과 교류를 하는 장소이다(kenneth e. dowlin and eleanor shapiro, 1996, "the centrality of communities to the future of major public libraries", daedalus, 125, 4: 173-190). 


나. 돈이 들어간다. 그러나 적은 돈으로 꾸밀 수 있게 예산을 짤 수 있다. 서가 10개, 탁자와 의자(15인정도 동시에 이용 가능하게), 컴퓨터 3대(사이버 카페용 2대, 업무용 1대), 훈련된 전임요원 1인으로 우선 시작한다. 그러면 매월 자원봉사자 30명정도가 한 달에 2시간씩 노력봉사해 주고, 월 200만원 정도면 책 50여권정도 구입하고, 시설유지비용(난방, 온방, 전기), 통신비용, 사무용품 비용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물론 더 적은 비용으로도 가능하다. 그것은 주민들의 자원봉사가 있으면 된다. 이 정도면 하루 대출 200여권, 이용자 200여명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 꿈이 아니다. 현재 창원시는 지원조례를 제정하려고 준비중에 있다. 즉 아파트에도 마을 도서관을 만들 경우 운영비의 일부를 지원하는 것이다. 마을에서 관심있는 이들이 우선 모여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자원봉사자들을 모으고, 실무훈련을 받으면서 준비하면 된다. 연구소가 바로 사파동성아파트의 자치회와 그리고 창원시와 진해시의 위탁운영을 하고 있으므로,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따라서 여러분들이 의지만 있다면 그러한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조직력을 가지고 바람직한 도서관을 만들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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