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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연구소10년(`94-`04)

도시 속의 작은 마을 축제

by 구르다 2004. 6. 25.
도시 속의 작은 마을 축제

경남정보사회연구소는 지역의 정보통신, 도서관, 사회교육, 문화예술, 지역정책에 대한 전문가들이 모여서, 자신들이 가능한 일을 짧은 시간 내에 실천하고, 그 혜택을 볼 수 있는 꺼리를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창원시, 진해시의 자치단체에서 과거의 이주민 복지회관, 공부방, 민원센터, 동사무소 내 남는 공간을 활용하여 우리들의 하고자 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현재는 15개의 시설을 위탁운영의 형태를 취하여 운영하고 있다.

각 시설은 운영위원회, 자원봉사자, 강사모임, 소모임 등을 중심으로 기본적인  운영 방향이 정해지고 있다.  그러나 사실,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것이 생각만큼 쉬운 것이 아니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참여를 독려한다는 말 자체가 갖는 의미 모순을 나 스스로 잘 알고 있었지만, 어찌되었던 주민들을 운영의 주체로 만들고자 하는 시도는 1994년 10월부터 계속되었다.  즉 주민을 운영의 주체이자 이용자로 만들려는 시도였다.  

이런 시도의 하나로 마을 축제를 기획하게 되었다.  즉 사회교육센터를 알리고, 주민들이 스스로 참여하여 운영하게 하려는 시도의 하나로 마을 축제를 기획한 것이었다.  마을축제란 말 그대로 도시전체의 축제가 아니라, 축제를 바라보는 참관자들의 축제가 아니라, 상업적인 이윤을 남기고자 하는 축제가 아니라, 축제에 참여하는 이와 구경하는 이들이 구분이 없이 모두 즐거움을 느끼는 축제이다.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제대로 하려면 한없이 어려운 것이 축제기획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바라본 축제는 어려울 것이 별로 없었다.  주민들이 스스로 축제를 기획하도록 해주면 스스로 수많은 이벤트를 기획하고, 돈을 모으고, 스스로를 즐겁게 한다.  다만 필요한 것은 이를 격려하고, 정보를 제공하고, 기본적인 인적 자원과 설비를 제공하는 것이다.  마을축제란 무엇일까?  우선 마을에 사시는 분들이 모두 참여케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노래자랑에 구분이 없다.  어린이 노래자랑, 노인 노래자랑, 청소년 노래자랑 따로 따로 할 필요 없다.  왜냐하면 어린이, 청소년, 주부, 노인 모두 서로서로 얽혀 있는 곳이 마을이기 때문에 어린이가 노래를 부르면 어른이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구경꾼들은 누구네 집 아이 잘 부르네 못 부르네 하면서 평가한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놀이는 함께 어우러진다.  주부 팔씨름, 부치게 만들기 시합, 청소년 댄스 페스티발, 수화경연대회, 구연동화 경연대회, 서양화 전시회, 시집발간 기념, 벽화 그리기, 마을그림 그리기(집단 창작), 마을의 미래를 그리기, 이웃과 마을을 주제로 한 마을 백일장 등이 우리 마을의 축제의 한 내용이다.  여름에는 야외영화제가 마을길을 가로막고 무대를 설치하여 열리고, 아니면 아파트 단지 내에서 주위 사람들에게 미리 양해를 구한 다음 조금 시끄럽게 야외 영화를 실시한다.  야외 영화 누가 보겠는가?  실제로 별로 보지 않는다.

야외 영화제는 핑계였다.  마을 사람들은 이웃에 사는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하고, 좁은 집에서 밖으로 뛰쳐 나오고 싶었던 것이다.  아파트의 야외영화제에서는 먹을 것도 주민들이 팔고,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국밥도 드리고, 이발도 해드리고, 관족법도 해드리고,  아이들에게는 얼굴에 그림을 그려주고, 그리하면 시간이 다 가버린다.  아파트의 야외영화제에 1천 여명이 모인다.  모든 경비는 주민들 스스로 모은다.  어렵기는 하지만 이벤트 회사에서 상업적으로 하는 것과 비교하면 1/10의 값으로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하니 축제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다른 곳의 축제와 다른 점이 아주 많다.
유명 연예인은 없지만 마을 가수와 마을 춤꾼들이 탄생하는 곳, 아이들의 춤에 눈살 찌푸리는 부모님들과 말썽꾸러기 아이들이 모두 모여 서로를 이해하는 기회, 주부들도 한번 유명 예술인이 되고, 아내의 등쌀에 남편들도 마을로 끌려 나오는 곳,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연애하는 곳이 우리의 축제이다.  이익을 보는 사람도 없고, 문화축제도 아니고, 카니발과 같은 파괴의 축제도 아닌, 그러나 우리는 일상적으로 이러한 축제를 명목이 생길 때마다 개최한다.  구정 민속놀이, 봄맞이 놀이, 가족놀이, 도서관 개관기념, 야외영화제, 년말 놀이 등을 개최한다.  축제 때마다, 실무자들은 이제 그만해야지 힘들어서 했다가도, 주민들이 나서고, 청소년들이 나서고, 아이들이 떼를 쓰고 하여 이제는 지속적으로 축제를 실시하게 되었다.  꼭 축제가 아니어도, 국수 말아먹기, 각자 밥 가져와서 비빔밥 해 먹기, 쌀을 가져오고 누구는 반찬 해 와서 점심 해먹기, 수박파티 등 먹기 파티부터, 할아버지 할머님들에 대한 경로 파티, 그리고 이어지는 할아버지와 할머님들 의 보답파티 등 놀이파티가 일상화되어 있다. 나는 이것을 낭비적인 행위라고 생각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의 도시가 이기심에 사로잡힌 사람들로 가득 찼을 때, 이웃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 스스로 만들어 가는 이웃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도시의 주민들은 세입자, 주택 소유자, 아파트 평수에 따른 이웃에 대한 거리감 속에서 살아간다.  일년에 30%정도가 이사를 다니는 도시 속의 생활에서 어찌 이웃에 정을 붙이고 살아간다는 말인가?  그러나 나는 확신한다.  이들의 떠돌이 생활 속에서도 이웃 간의 정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찾고 있다고.  축제는 바로 이런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도시 속의 마을 축제는 떠돌이의 것이지, 붙박이의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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